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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동이 묻고, 예술가가 답한다. #7 과정에서 찾는 예술의 가치 - 금은보화
성동구 청년예술단 ・ 2020. 10. 14. 15:00
#7 :: 과정에서 찾는 예술의 가치 금은보화 김보경 한아름 이주연 |
어떤 대상과 '맞춰간다'는 과정은
결국 모두가 함께 라는 거죠
-Q. 불안한 과정을 어떻게 해결하세요? 中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지만, 문화예술의 트렌드가 결과에서 과정으로 옮겨간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화예술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지, 일이 진행되다 보면 때로는 결과중심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기획자와 창작자로 이루어진 팀 '금은보화'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중심에 둔다. 과정 속에서 기획자, 창작자, 참여자가 모두 공감하고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금은보화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주연님의 인터뷰는 개인사정으로인해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금은보화는 어떤 단체인가요? 이름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함께 어떤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설명부탁드려요.
김보경
공식적으로는 '금은보화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예술을 하고 싶은 단체 금은보화'입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예술 활동을 한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사비를 들여 기획하는 일도 많고, 경제적으로 축척되지 않아 ‘금은보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짓게 된 배경도 있어요.
금은보화는 기획자 중심의 예술 단체로 저(김보경)와, ‘주연’, 기획자 한분, 셋이 활동했던 게 시작이예요. 예술창작활동을 하다 보니 ‘아름’과 같은 창작자를 만나게 된거죠. 세 명(김보경, 이주연, 한아름)이 함께 활동을 하게 된 건 성동이 처음이에요.
금은보화_@다락옥수
지금은 세분이 멤버이자, 창작자이자, 기획자로 활동하시는군요.
그럼 세분이 모여 금은보화라는 이름으로 어떤 형태의 예술 활동을 주로 하셨나요?
김보경
그게 사실 형태가 없어요. 오히려 형태가 없는 게 금은보화인 것 같아요. 처음부터 단체를 만들 때 결과물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중심의 컨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과정중심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컨텐츠 자체가 여러 가지로 나올 수 있어서, 어떤 때는 전시를 했다가, 어떤 때는 공연을 했다가, 어떤 때는 책자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과정에 따라 다양한 컨텐츠가 나오고, 그렇게 하나의 원 소스(소재/주제)를 가지고 내년, 내후년에도 또 다른 식으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형태가 제한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한아름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배우로서) 공연예술이라는 분명한 형태가 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김보경대표 말처럼 형태가 없이, 이야기를 다양한 매개로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욕망과 갈망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금은보화와 작업할 때는 태도가 다른 것 같아요. 결과 값을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에 몰두하게 되고, 원 소스에 몰두하게 되고, 거기에 맞는 수단을 찾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작업적 태도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이 내용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매개체가 잡지이고, 이건 잘 담을 수 있는 형태가 전시’라고 작업을 만들어가는 과정 안에서 형태 찾기를 하다 보니 확장되는 것도 많아요. 그런 과정들이 금은보화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면, 물론 부담도 덜하고 즐겁지만,
동시에 ‘이거 진짜 결과가 안나오면 어쩌지?’하는 불안감도 생길 수 있고 실제로 안 나올 수도 있잖아요?
불안한 과정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세요?
김보경
그게 팀으로 활동하는 좋은 점인 것 같아요. 협업에서도 개개인의 역할이 다를 수 있는데 역할 자체를 다 열어 두는 거죠. 모든 과정을 함께 맞춰 나가는 거예요. 우리 팀 안에서 조차 맞춰나가는 거고요. 지역민이든, 팀원이든, 어떤 대상과 함께 맞춰나간다는 건 모두가 함께라는 거죠. 어제도 이주연선생님과 그런 과정을 겪었는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막히는 지점이 풀어졌다고 얘길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의 키워드로 각자 달려가긴 하지만 또 막힐 때는 같은 팀으로서 가야할 방향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다른 지점으로 가거나 막혀있으면 같이 맞혀나갈 수 있어요.
한아름
사실 저는 스트레스가 반가워요. 조금만 이상해도 다 얘기하고 절대 쉽게 동의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누군가 맞는 말을 했다고 저 사람 말이 다 맞을 거라고 생각 하지 않고, ‘더 재밌을 수 있는데?’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타입이에요. 사실 스트레스 안 받고 나이스한척 하는 배려가 결국 얼마나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드는지 알고 있어요. 오히려 하나의 의문으로 스트레스가 발생하거나 문제점이 발생할 때는 그 의문이 변화의 꼭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그 의문을 더 노출해서 서로 얘기하고 그래서 불안하기보다도 ‘당장 눈앞의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갈까?’ 하는 생각에 몰두하게 돼요.
김보경
기획자의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지점과 창작자의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시선이 다를 수 있는데 ‘주연’과 저는 기획자로서 작업한다면 ‘아름’은 아티스트로서 작업을 했을 때 부딪히는 지점으로, 다른 시선이 습득되는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의 저는 스트레스 자체가 작업이 확장되는 원동력이 되요.
금은보화_@다락옥수
기획자로서의 김보경, 창작자로서의 한아름이라면 이주연 선생님은 금은보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김보경
명확하게 처음부터 나눠진 건 아니지만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달라요. ‘주연’선생님은 본인이 에디터로서 작업도 하고 있어서, 글을 쓰고 기록하고 편집하는 것을 흥미로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부터 기록을 통한 창작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저희 작업이 대부분 인터뷰에 기반한 것들이 많은데, 이주연 선생님은 그 과정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주연
저는 주로 무용과 전통음악 창작자들과 함께 공연을 기획, 제작하고 있어요. 무대에 올라가는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공연예술의 유한성에 주목해, 작품의 시작과 마지막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그 안에 담긴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데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 창작자의 범위를 예술가로만 한정짓지 않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누군가 또한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금은보화를 잘 나타내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뭐가 있나요?
김보경
작년에 가평에서 엄소리 마을이라는 곳에서 어르신들하고 진행했던 목소리프로젝트가 대표적일 것 같아요. 기획자 세명과 ‘아름’선생님까지 모두가 함께한 첫 프로젝트였고, 그곳을 시작으로 자신감을 얻어서 성동에도 지원할 수 있었거든요.
한아름
저도 목소리 프로젝트요. 김보경PD님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저를 연극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오갈 수 있도록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다같 같이 만나게 된 프로젝트가 목소리 프로젝트였어요. (배우로서) 매일 가상의 인물들, 가늠해야하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가 실존인물들을 만난다는 것도 창작자로서 큰 태도 변화 중 하나였어요.
목소리프로젝트_금은보화
목소리프로젝트는 인터뷰에 기반한 프로젝트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도 궁금해요. 소개와 함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보경
목소리 프로젝트는 가평 엄소리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프로젝트에요. 사실 처음부터 가평에 작업을 하러간 건 아니고, 휴식이 필요해서 쉬러 간 것이 시작이었어요. 산촌이라 많은 주민들이 사는 것도 아니고, 제일 젊으신 분이 56세 청년이에요. 방문했던 첫 날도 누군가의 장례가 치러지는 날이었고, 얘기하시는 내용들이 전부, 요 근래 돌아가신 분들이라는 걸 들으면서 ‘이 동네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누구네 할아버지가 안계시고, 누구네 집은 두 분이 다 돌아가셔서 빈집이고...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누군가는 기록해야 되지 않을까’하고 처음엔 단순하게 접근했었죠. 그런데 단순하게 텍스트로만 기록하기보단 우리가 어르신들 목소리를 기록하고 이야기를 담는다면, 마을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터뷰하고 녹취를 하는 과정은 다른 인터뷰와 똑같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과 향유할 수 있을까도 크게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단순하게 녹취를 들려주었을 때 그냥 관객으로 참여한다면 너무 지루할 것 같았죠. 또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울컥한 지점도 많았거든요. 그 지점도 처음엔 전부 공유를 하고 싶었지만 ‘정말 울컥했습니다’라고 전달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일까 싶었고요. 그래서 팀원들과 회의 끝에 오히려 ‘그냥 가볍게 풀어보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의미가 생길 것이다’했죠. 보는 어르신들도 재밌고 즐거워야 보는 거지 본인들의 이야기가 어둡다면 보기 싫으셨을 거예요.
예를 하나 들자면, 자신들의 물건을 본인의 목소리로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설명하는 작품은 아날로그 TV를 통해 전시했었어요. 그랬더니 아직도 TV에서 본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줄 아는 어르신도 계세요(웃음). 정말 보통의 할머니고, 옛이야기고, 목소리였지만 생기발랄하다고 해야 할까? 어르신들도 정말 좋아하셨어요,
진심으로 좋아하신다고 느꼈을 때가 둘째 날 아침 오픈하기도 전에 어르신들이 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 걸 봤을 때에요. 그걸 보시려고,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다 지팡이 짚고 저희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신 걸 보고... 그때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전시의 퀄리티를 떠나서 ‘다 같이 만들었고, 다 같이 의미가 있고, 또 어르신들이 얘기하시는 것들이 모두에게 의미가 있구나’라는 게 느껴져서 아직도 가평 여기저기에서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한아름
맞아요. 예를 들면, 게이트볼장에서 작업을 했을 때도, 되게 고요한 마을 안에 어르신들이 운동을 하는 공간은 ‘고요한 역동’이잖아요. 움직이는 어르신들만 움직이고, 사실 게이트볼장에 전시했던 할머니 중에서 게이트볼을 즐겨하는 어르신은 할머니 한분밖에 안계셨어요. 그렇지만 올 이유가 없었던 분들의 이야기도 게이트볼장에 전시공간을 마련했어요. 게이트볼장은 엄소리 마을 중에서도 생동감있는 사람들의 공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재미있었던 건 할머니들의 문법인 돌려 말하기를 활용한 활동이었어요. 의미를 숨긴 말을 먼저 묻고 그 다음에 의미를 들려주면서 원래 할머니가 하지 못했던 말들을 나중에 쭉 들려주는 구조로 전개했는데 어르신들의 섬세한 기억에 대해서 느낀바가 컸어요. ‘기억의 차별점’, 우리가 느끼는 자극과 어르신들이 느끼는 자극이 다르다는 것도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예를 들면 ‘보경이가 내가 얘기를 할 때 이렇게 파란색 펜을 돌리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기뻤지’ 이런 게 어르신들에게는 자극적이라는 ‘기억의 차별점’이요.
얘기를 듣다보니 과정부터 결과까지 참여자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보경
그게 지역성이랑도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게이트볼장에서 전시를 할 때도 어르신 한 분이 오셔서 ‘나 게이트볼장 이용해야하는데 뭐 하는거냐!’라고 저희를 따라다니면서 작업을 못하게 하셨는데, 그분이 전시를 보고나서 ‘왜 이런거면 진작 얘기를 안했냐!’며 너무 신나하시면서 ‘이게 예술이라고!’하시더라고요. 이분이 가평의 노인연합회장님이셨는데, 노인들도 이렇게 살아야 된다고 하시면서 작업한 (TV전시로 쓰인)영상을 요청하셨어요. 노인들도 이렇게 움직여야 된다. 우리 마을에서만 하지 말고 다른 마을에서도 하라고 하시고요. 해놓고 보니까 시선들이 달라지는 지점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금은보화_@다락옥수
금은보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이번엔 각자 예술인으로서 두 분께 질문 드릴께요.
공연예술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의 어떤 변화의 흐름을 거쳐오셨나요?
김보경
저는 크게 두 지점이 있어요. 처음에는 정말로 공연예술이 하고 싶어서 서울예술단 국립극단 등의 팀원으로서 시작했지만, 금방 결핍을 느꼈어요. (작품에) 나의 지점, 시선이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큰 공연이고 큰 단체이니 내 목소리를 내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적었어요. 그리고 공연은 창작자 중심에서 시작해, 연출가와 작가의 중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제가 맡은 역할은 서포트의 개념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나만의 이야기, 나의 시선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2012년에 <프로젝트 남김>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컨텐츠를 만들었어요. 그때 정형화되어있지 않은 실험적인 작품을 많이 만들었어요. 1:1로 오디오 퍼포먼스도 해보고, 1:다수로 해보고, 주파수로 실험도 해보고... 몇 년을 하다보니, 이런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횟수가 많아지고, 그러면서 계속 공연을 만들다보니 이번에는 향유자에 대해서 너무 간과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관객들을 무시한 채 작업 한다고 느낀거죠. 그래서 과정중심의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실험+과정으로 넘어갔고, 지금의 금은보화는 그 과정중심+향유자 중심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향유의 지점에서 고민하고 있어요. 향유자에 맞게 컨텐츠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컨텐츠가 아니더라도 책자, 상품처럼 다양한 도전을 해보려고해요. 그들과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지금 상황이에요.
한아름
창작자라는 불안한 직업,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직업은 불안하긴 하지만 사실 또 제 삶을 살게 하는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지속가능한 방법을 계속 찾았어요. 무조건 습득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다 보니 지속가능한 방법이 저랑 부딪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자기혐오까지 오게 됐어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아웃풋이 두려워지다보니 반대로 ‘뭐든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혼자 연극하기’를 하게 됐어요. 극장에 혼자 들어가서 한 달 동안 주 삼일씩 수행하는 마음으로 혼자의 수행, 내가 보는 나, 남들이 보는 나, 내 기분은 왜 이런가... 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는 거죠. 그 와중에 이 모습을 공연으로 퍼포밍 하려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결국엔 매일 쓰던 일지를 테드(강연)형식으로 공연하게 됐어요. 티켓부터 조명, 음향, 발표... 모든 걸 혼자하고 나서 느낀 게, ‘아 나와 관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구나. 나와 부딪히지 않으려면 차라리 관계해야겠다’고 체감하고,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어요. 이전에는 공연이라는 게, 모든 준비가 다 된 것을 돈을 받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준비가 안 된 것에 대한 불안함이 많았던 거예요. 그런데 오히려 과정을 노출하고 나니, 이 행위에 대해 스스로 믿음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쓸데없이 책임감이 너무 컸다면, 지금은 내 행위에 대한 신념에 책임을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연필을 깎는 과정을 공연했어요. ‘연필깎기의 정석’이라는 컨셉이 재밌어서 오래전부터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사실 이 공연을 해야 하는 동기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수학의 정석처럼 연필깎이의 정석을 해야 하는 이유를. 늘 새로운 취향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는데, 이 공연이 새로운 취향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신기했어요. 내 언어로 솔직하게 만나는 게 새로운 취향이 되는 길이구나. 예술은 예술가의 취향 중에서도 보편성이 어떻게 확보되냐의 싸움이잖아요. 아무리 특별한 무언가를 해도 보편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냥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데, 보편성을 저에게서 찾아보고 요즘은 나도 내가 관객이라고 생각하고 만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증명하지 못하면 버림당할 거라고 생각해서 남에게 나를 좀 써달라고 어필했는데 내 쓸모는 내가 탐구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코로나19상황에서 본인이 예술가로서 지키고자 하는 것,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이주연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요. 정신없이 지나갔던 시간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며,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기록하죠. 그러다 보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앞으로 맞이할 시간들을 어떤 자세로 맞이할 수 있을지 마음 속으로 정리가 되는 듯 해요.
한아름
시민으로서의 삶이요! 얼마 전에 공연을 했는데, 공연자 중에 자가격리자가 있어서 공연이 취소가 됐었어요. 항상 관객들만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 번도 우리를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맞아, 창작자지만 우리도 사람이고 우리의 안정성도 확보돼야 다른 것들을 누릴 수 있겠구나.’ 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김보경
작년까지는 의미 있는 작업을 위해 금은보화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개인활동으로 큰 규모의 공연들을 했었어요. 그 큰 규모의 공연을 두 번 정도 하면 제가 일 년을 살거든요. 코로나19상황으로 그 공연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움직이는 ‘나’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컨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무형인데, 비대면 상황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던 거예요. 일상과 맞닿은 식물을 키우기도 하고, 우리 프로젝트와 연결된 막걸리를 배우기도 하고... 식물을 가꾸고 막걸리를 만드는 건 눈앞에 보이고 바로 바꿀 수 있으니, 그런 것을 계속 끊임없이 만드는 것 같아요. 유형의 손에 잡히는 것들을요. ‘무형의 것을 만들어서 향유자에게 다가가지 못 할 바에야, 유형의 것을 만들자.’라고 반대지점에서 실험하고 있어요. 이 행위도 예술적인 컨텐츠로 연결하려고 생각 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지금의 청년예술활(活프)성동 프로젝트와도 연결이 됐고요.
금은보화_@다락옥수
마지막으로 청년예술활(活)성동에 참여하면서 어떤점을 많이 느끼셨나요?
김보경
일단은 지역에서 실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성동구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임에도 또 다른 시선들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작가님 같은 경우는 성동구에 거주하신 지 오래되셨는데 저는 얼마 되진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성동구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른 예술가분들과 다른데 이번 계기로 시선이 많이 확장 됐어요. 교통의 편리함을 위해 성동구에 왔고,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불편하고 편리하지 않은 지점도 관심있게 바라보게 됐고, 도시가 개발되는 공간에서도 이것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단순하게 창작자로서가 아닌 개인주민으로서 지켜져야 하는 지점이 보이게 됐어요.
한아름
저는 인천사람이에요. 인천이 서울과 근접하지만 문화소외지역이거든요, 문화를 소비하기 위해 서울로 이사와 살면서 타지인으로서 한 번도 ‘터전감각’을 해보지 못했어요. ‘내가 여기 살아도 되는 공간인가? 언젠가 떠나야하는 공간이 아닌가?’하고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했거든요. 이번 활동을 계기로 성동을 타지역으로 접근하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어요. 내가 서울로 오게 된 동기와 같은 이유로 이곳의 환경이 변하는 것을 보게 되면서, 새로운 발견이랄까 환경과 터전의 중요성을 참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오로지 내가 만드는 줄 알던 생각이 강했어요. (사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내가 어떤 환경과 만나서 나를 이루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김보경
이런 소감도 다른 예술가들과 같이 얘기하면서 발견하게 된 것 같아요. 지역에 거주하는 예술인과 거주하지 않는 예술인이 만나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많이 줬어요.
금은보화 소개
2019 <목소리프로젝트>
2020 전시 <정원 속의 포켓몬> 프로듀싱(김보경)
2020 연극 <도채비방쉬> 연출(한아름)
2020 콘서트 <박수무곡> 기획(이주연)
등 다수
장소협조_ 다락옥수
취재_ 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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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활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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